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프랑스 박물관 해외전시 ‘돈벌이’ 논란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7-01-05 02:58:21

프랑스 박물관 해외전시 ‘돈벌이’ 논란 

프랑스의 박물관들이 ‘돈벌이’에 뛰어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주요 박물관·미술관을 중심으로 해외에 대여 전시를 확대하거나 분관을 설립하는 일이 최근 부쩍 늘었다. 

예전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마케팅 바람’이 박물관과 미술관에도 불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표적은 프랑스의 얼굴에 해당하는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다. 

루브르 박물관은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하이 뮤지엄’에 소장품을 3년간 대여하고 1700만달러를 받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받은 대금으로 루브르박물관의 19세기 가구 전시실 및 다른 공간을 새롭게 단장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박물관측은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 ‘제2의 루브르’ 건립을 협의중이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부터 13억달러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미술관 건립 입찰에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경합을 벌이다 탈락한 퐁피두센터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중국 상하이에 분관 설치를 추진중이다. 

건물 확장도 서두르고 있다. 루브르박물관은 최근 건물 확충을 위해 프랑스 공업도시 랭스에 2009년까지 ‘제2의 루브르’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물관측은 약 1억3000만달러를 들여 현대적 전시장과 교육실, 조각 공원을 꾸민다고 설명했다. 퐁피두센터 역시 북동부 메츠 지방에 분관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2008년 개관 예정인 이 미술관은 4000만달러를 들여 1만㎡의 갤러리 공간을 확보하고 건물을 유리로 마감하는 공사를 추진중이다. 

이같은 박물관의 해외 대여와 분점 확장에 대해 프랑스 지식인들은 최근 예술을 이용한 돈벌이라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프랑수아즈 카친 전 프랑스 박물관협회 국장은 지난 13일 유력 일간지 르몽드 기고문에서 “박물관은 할인판매 대상이 아니다”라며 프랑스 박물관이 돈을 벌 목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프랑스는 예술품을 다른 나라에 대여해 누구라도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옳지만 거액을 받고 작품들을 팔아넘겨 프랑스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들은 “프랑스의 정신적 유산인 미술품들은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사야 하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상업성으로부터 작품들을 보호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니 뒤크라이 프랑스 박물관협회 국장은 르몽드에 기고한 반론문에서 “프랑스는 박물관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며 “박물관이 없는 도시에서 프랑스의 미술품 전시를 반대한다면 이는 그들을 멸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해외약탈 문화재 논란에 휩싸였던 프랑스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를 받아들이면서 이젠 돈벌이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셈이다. 

〈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