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공원 복원은 ‘제국의 추억’?
‘존스톤별장’ 등 근대건축물 재건축 두고 논란 재연
시민단체 “제국주의 침탈공간이었을 뿐” 중단 촉구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인 각국공원(현재의 자유공원)의 복원사업을 놓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 공원은 인천항 개항과 함께 들어온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독일, 영국 열강의 합의로 조성된 거류지(조계) 사이에 공동영역으로 조성됐다. 이 곳엔 옛 건물들이 사라지고 맥아더장군 동상,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자유의 여신상 등이 대신하고 있다.
[사진설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창양행. 존스톤 별장. 알렌별장의 옛 모습.
논란은 2005년 인천시가 중구 송학동 각국공원 중심부 6만8710㎡를 새로 정비해 100년 전의 모습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복원사업은 ‘존스톤별장’ ‘영국대사관’ ‘세창양행사택’ ‘알렌별장’ ‘러시아영사관’ 등 당시 대표적 근대건축물 5개를 276억원을 들여 2011년까지
복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시는 현재 공원 정상에 있는 한미수교100주년 기념탑 자리에 있었던 존슨톤 별장의 복원을 위해 3억원을 들여 기본설계 용역을 하고 있다.
인천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와 인천경실련,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등 3개 단체는 7일 “역사인식과 지역 정체성에 반해 복원의 가치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며 복원사업의 잠정 중단과 재검토를 요구했다. 당시 각국공원은 사실상 일본조계지로 제국주의 침탈 공간이었고, 존스톤별장과 세창양행사택은 독일 제국주의적 자본이 지어 사용한 건축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이들 건축물 복원에 필요한 건축적 자료가 없고, 원래위치가 아닌 곳에 복원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역사유산의 보전·복원의 핵심인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런 논란은 사업 초기에도 한국근대건축보존회 등 전문단체와 지역 역사가 등에 의해 제기됐으며, 최근 서양인들의 사교클럽으로 사용했던 제물포구락부가 리모델링해 스토리텔링 박물관으로 재개장하면서 다시 불붙고 있다.
인천의 한 향토사학자는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만든 만남의 장소인 제물포 구락부는 조선인들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데도 마치 서양인들이 조선을 위해 기여한 것처럼 묘사하고, 인천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들로 스토링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수는 있어도 종합적인 타당성 검토를 통해 사업을 결정한 만큼 중단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시 도시재생2과 복원 사업 담당자인 남상근씨는 “완벽한 복원은 사실상 어렵고, 근접한 재현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전문가, 전문기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벌여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1880년대에 조성된 각국공원은 만국공원, 서공원, 야마테 공원을 거쳐 1956년 맥아더 동상이 세워지면서 자유공원으로 바뀌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