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미술과 수학의 교감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7-08-03 07:45:20

아름다움을 분석하는 색다른 전시 
미술과 수학의 교감∥, 다음달 2일까지 

  
▲ <미술과 수학의 교감∥> 전시가 열리고 있는 사비나미술관 전경.  ⓒ  

수학적 특징이 드러난 현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전시가 열리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톡톡 튀고 재미난 기획전으로 주목받는 사비나미술관이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미술과 수학의 교감∥>가 바로 그 주인공. 이번 기획전은 2005년 개최되었던 ‘미술과 수학의 교감’의 후속전시로, 18명의 작가들이 수학적 형태를 조형언어로 삼아 미의 본질을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전 전시가 숫자와 도형 같은 수학의 일반요소를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 전시는 보다 심층적으로 수학적 원리에 초점을 맞춰 한국현대미술을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으로 재배치한 권정준 작가의 go-around day light.  ⓒ  

언뜻 수학과 미술은 서로 동떨어진 것이라 여기기 쉽지만, 사실 아름다움을 추구함에 있어 이 둘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1, 1, 2, 3, 5, 8, 13, 21... 이 배열에는 특별한 규칙이 숨어 있다. 바로 3항 이상의 숫자는 바로 앞 두 숫자의 합이라는 것. 12세기말 이탈리아 수학자인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제안한 완벽한 숫자배열 마술이다. 우리는 꽃잎 수나 솔방울, 고동의 모양 등 자연물로부터 이러한 비율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미술 작품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미술과 수학은 둘 다 본질적으로 추상적인 것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추상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자연스런 대상들을 통해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상상력과 아름다움의 추구, 이것은 미술과 수학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은 그림을 통해 상상력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수학은 도형과 수식을 통해 추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 쌓기와 파내기의 반복적 행위를 나타낸 이지은 작가의 123456789.  ⓒ  

우리가 미술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그냥 느끼는 것이 아닌, 작품 속에 아름다움에 대한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작가 내면의 정서가 일정한 질서와 형식을 통해 작품으로서 발현되면, 보는 이는 자연스레 조화와 통일, 균형과 비례, 반복과 대칭을 느끼며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전시구성은 전개도, 쌓기, 테셀레이션, 패턴의 네 가지 파트가 세 개 층의 전시실에서 나뉘어 진행된다. 작가들은 전시 작품을 통해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대상들이 작가들의 관찰과 상상력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재발견되는 재미를 안겨준다. 평면 위에 입체를 보여주거나 입체를 분해하여 평면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대칭, 닮음, 반복, 복제, 변화 등의 수학적 특성들을 자연스럽게 미술작품 속에 녹아내 표현하기도 한다.

  
▲ 반복되는 원형에 숨겨진 이미지를 표현한 남궁환 작가의 transmigration-vide & plein.  ⓒ  

전개도(Development Figure) 부문은 3D를 2D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단선적인 시각을 뛰어 넘어 공간을 평면으로 환원시키는 작가들의 독특한 시각으로 구성된다. 평면에서 전개도를 그리는 것, 전개도를 입체 구조물로 만드는 것, 공간에서의 입체 구조물을 평면인 전개도로 환원시키는 것 등의 일련의 행위는 주요한 수학적 원리이다.

권정준 작가는 일정한 공간과 대상의 모든 각도에서 촬영한 작품을 평면에 펼쳐 보여주어 입체주의적 시각을 드러내는가 하면 주도양 작가는 세계를 원근법적으로 보는 시선에 반기들 들어 한 공간, 한 지점에서 관찰된 여러 시점의 공간을 촬영한 사진을 렌더링 기법으로 이미지를 둥글게 처리한 기법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드는 효과를 나타낸다.

쌓기(Accumulation)의 테마에서는, 쌓아서 형태를 만들다 부피와 양감을 가진 작품이 공간과 밀접히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쪽매맞춤이라 번역되는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은 빈틈이나 포개짐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벽히 덮는 것을 말하는데, 1개의 원소에서 출발하여 끝없이 확장하는 원리로 작용되는 이 원리가 현대예술에서도 반복, 확장의 원리로 이용된다. 마지막으로 규칙에 따라 무늬를 만드는 패턴(Pattern)은 테셀레이션과 마찬가지로 확장의 원리가 담겨 있다.

  
▲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한 도슨트의 설명이 매일 3회에 걸쳐 진행된다.  ⓒ  

이번 전시에 대해 우선미(사바나미술관 큐레이터) 씨는 “수학적 원리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을 감상할 때의 주요 작동원리로써, 작품을 제작할 때의 기본 방법으로써, 모두 기능하는 것이다”며 “한국현대미술에서 수학적 원리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다소 난해하거나 어렵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유효한 접근법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설명했다.

미술과 수학. 알고 보면 그다지 멀지 않은 학문이었지만, 어느새 ‘미술과 수학의 교감’이라는 전시를 마련할 만큼 다른 학문이 되었고, 너무도 다른 느낌을 가진 분야로 여기게 되었다. 한국현대미술을 수학적 원리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학생들에게 지식보다 더 소중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길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화 기자  yyunaa@ksf.or.kr


 
2007.08.01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