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유리건판사진 궁궐편 도록 발간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8-01-17 22:37:26

조선궁궐의 아름다움과 파괴 그리고 그 영상기록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유리건판사진 궁궐편 도록 발간- 
‘宮-국립중앙박물관소장 유리건판 궁궐사진’전 
전시기간: 2007. 12. 28일(금)~ 2008년 2월 10일(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유리건판 궁궐사진전”의 도록이 발간되었다. 이 도록에는 일제강점기 조선궁궐 사진 500여 장이 해설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현재 특별전시에 소개된 사진은 100여 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당시 궁궐의 방대하고 다양한 모습들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로 평가된다. 

“유리건판 궁궐사진전”은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평균 1,200명 이상이 관람하는 등 알차고 흥미로운 전시로 입소문이 나면서, “조용한 블록버스터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세련된 디스플레이에 전시장을 압도하는 9억만 화소급의 대형사진들이 관람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런 전시장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담아낸 도록이 이번에 출간된 것이다. 

도록에는 학계와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새로운 사실자료들도 이번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앙부일구, 자격루, 일월오봉병, 자경전 꽃담 등 당시의 원형 모습들도 소개되어 있다. 이런 새로운 사실과 방대한 궁궐자료 그리고 “잡음(雜音)”이라 불리는 사진의 배경요소들은 건축학, 역사학, 민속학, 미술사학 등 관련 학문의 학제적 연구에 있어서 훌륭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도록을 통해 조선궁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또 일제에 의한 그 아름다움의 파괴와 함께 그 생생한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유적, 유물, 풍속, 인물, 식물, 동물 등을 찍은 38,000장의 유리건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유리건판사진 궁궐편”은 그 가운데 800여 장으로 총 분량 중 1/40에 불과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연차적으로 총 40권으로 유리건판사진집을 발간할 계획으로 있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한국 근대사의 많은 부분들이 충실해지고,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우리 민족문화의 폭과 깊이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비운의 경희궁 
경희궁 흥화문 慶熙宮 興化門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 전경으로, 1909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담장이 모두 있고 월대가 보인다. 문 앞에는 양복차림의 일본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건축을 조사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고, 월대 앞에는 맨상투 차림의 노인이 앉아 있다. 문 안 건물들은 없어진 상태인데, 일본인 복장을 한 어른과 아이가 걸어 나오고 있으며, 멀리 인왕산자락과 무악자락이 보인다. 오른편 기둥에 “한인물입○○공장 통감부중학교신축공장(閑人勿入○○工場 統監府中學校新築工場)”과, 왼편 기둥에 “권업박람회예정부지 농상공부(勸業博覽會豫定敷地 農商工部)”라고 쓴 글씨가 보인다. 경희궁 내부는 완전 황폐하고 대문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풍경이다. 대문 앞에 쭈그려 앉아 시름에 잠긴 남루한 노인의 모습이 나라를 잃은 당시 조선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일제는 장충단을 없애 공원을 만든 다음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이름을 딴 사당인 박문사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호 춘무(春畝)를 따서 산 이름을 춘무산이라 했다. 경희궁 흥화문은 1931년 이 춘무산 박문사의 정문으로 옮겨졌으며, 경춘문(慶春門)으로 개칭되었으며, 현재는 신라호텔 앞으로 이전되어 있는 등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당시 흥화문과 함께 남아 있던 경희궁의 정전(正殿)인 숭정전(崇政殿)도 이전을 거듭하여 현재 동국대로 옮겨 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렇게 해서 경희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국 전통건축과 조경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사진 
창덕궁 관람정과 승재정 昌德宮 觀纜亭 勝在亭 

창덕궁 후원 반도지(半島池)라는 연못에 마주 보고 있는 두 정자로, 고종 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람정은 부채꼴 모양의 독특한 지붕의 정자이고, 좋은 경치가 있다는 뜻의 승재정은 맞은편 높은 언덕에 있다. 관람정은 간소한 건축인 데 비해, 승재정은 격식을 갖추어서 지은 정자이다. 그리고 지형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한 승재정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관람정을 지어 상호 조응의 공간적인 묘를 살림으로써 한국 전통건축과 조경의 아름다움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 두 정자를 촬영했지만, 거기에 담긴 조영의 깊은 뜻을 읽어내지 못하고 , 거의 대부분이 분리해서 따로 구도를 잡았다. 그러나 유리건판의 사진 촬영자는 두 정자의 건축적, 조경적 조영의 내재적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호 조응하는 한 장면으로 촬영하였다. 이런 구도들은 유리건판 사진들에 대부분 반영되고 있다. 그만큼 당시의 사진촬영에 알맞은 구도와 작가의 안목이 어우러져 조선궁궐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