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왕실 음악과 춤에 녹아든 '정조의 효심'
이름 : 김주연
등록일 : 2008-03-11 01:07:07

조선일보|기사입력 2008-03-08 03:13 

궁중 잔치 '왕조의 꿈, 태평서곡'

18~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정조의 효심(孝心)을 200년 뒤의 무대에 그대로 되살린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베풀었던 진찬례(進饌禮)를 오는 18~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무대 공연 '왕조의 꿈, 태평서곡'으로 올린다. 정악단 75명, 무용단 45명을 포함해서 의례(27명), 의장대(16명), 의물(儀物·21명) 등 총 200여 명이 투입되는 '조선 왕실의 블록버스터'인 셈이다. 중요 무형 문화재 제38호인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 한복 디자이너 이용주(그레타리 대표)씨가 궁중 음식과 의상 고증에 참여했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입장과 더불어 막이 오르면, 혜경궁 홍씨는 관객과 등진 채로 무대 중앙 앞쪽에 앉는다.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도 이 잔칫상을 함께 받으면서 즐기라는 세심한 배려다. 왕과 종친들이 나와서 음식과 휘건(揮巾·수건), 꽃을 차례로 올린 뒤, 어머님을 향한 효심을 담아 정조가 치사(致詞)를 드린다.

"삼가 축하하는 자리에 모시고서 경건히 술잔을 따라 올리오니 어머님의 연세를 아는 이 기쁜 날 칭송하는 소리가 높이 높이 울려 퍼지옵니다. 어머님은 더욱 오래 사시어 크나큰 복록을 받을 것이며 태평시대는 끝없이 이어져 가리이다. 경하하는 마음 누를 길 없어 삼가 만세를 기원하는 술잔을 올리나이다."

이 날만큼은 만인(萬人)의 군주를 잠시 잊고서 한 어머니의 아들로 돌아가는 셈이다. 그래서 무대에서도 어머니가 정중앙에, 아들 정조는 그 곁에 앉는다.

왕에 이어 내명부, 종친, 의빈 대표 등이 차례로 혜경궁 홍씨에게 술잔을 올리는 순서가 이 날 공연의 정점을 이룬다. 1000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영묘한 복숭아(千歲靈桃·천세영도)를 봉헌하는 '헌선도', 학의 탈을 쓰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학무', 연꽃 속의 동녀(童女)가 나와 추는 '연화대무' 등을 차례로 추는 가운데, '보허자' '승평만세지곡' '천년만세지곡' 등 궁중 음악이 함께 울린다. 무용수 30여 명이 등장하는 뱃놀이 춤인 '선유락'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국립국악원 김명석 장악계장은 "조선 왕실 음악과 춤의 진수를 맛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효(孝)라는 보편적 테마가 깃들어 있기에 관객들이 더욱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국립국악원 개원 50주년 기념작으로 첫선을 보인 뒤 ▲2002년 월드컵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참가작으로 국내외 무대에 계속 선보였다. 오는 5월에는 창덕궁 인정전 무대에 오른다. ▶3월 18~1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02)580-3300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