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왕실문화, 한국대표 브랜드로
경향신문 입력: 2007년 12월 20일 18:42:40
조선왕조 왕실과 대한제국의 황실문화는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자리잡게 하는데 뜻 깊은 장르가 아닌가 싶다. 수도 서울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5대 궁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에 소장되어 있는 건축, 미술, 조각, 공예품들은 격조높은 궁중 문화의 징표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300여점의 옥새를 비롯한 해시계 등 과학 문화품, 황실의 생활용품, 공예품류 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보요 보물이자 세계적인 명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대한제국의 멸망과 함께 흩어진 황실문화재를 찾아 문화재 반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소재가 파악된 일본의 덕천미술관 등 세계 각국에 흩어져 소장되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좀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되찾아와야 한다.
얼마 전 문화재청에선 조선왕조 궁중 문화 무형문화재 지정 신청을 공고했는데 의식, 공예분야에 금·은장, 화장, 능라(비단 짜는 일), 편종, 편경, 길례, 가례, 빈례, 군례, 흉례 등의 종목에 대하여 지정하겠다고 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조선왕조 궁중문화 중요무형문화재 종목을 선정할 때는 ‘경국대전’ ‘공전공장조’에 기록된 경공장 분야에서 지정하되 아직까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있는 분야부터 순서대로 종목이 선정되었으면 싶다. 즉 다회장, 숙피장, 유칠장, 주장, 갑장, 풍물장, 묵장, 쟁장, 환도장, 청염·홍염장 등을 말함이다.
구한말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외에서 황실의 공예품을 전시하며 일제의 핍박을 알렸다. 1893년 미국 시카고 만국박람회, 1900년 프랑스 파리만국박람회, 1902년 베트남 하노이만국박람회 등이 그 예이다. 고령의 장인들이 후계자나 전승자들이 없어 그냥 버려지는 근대공예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다면 좋은 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문화재청에서 1900년을 기준으로 하여 건축물, 사진, 영화포스터, 자동차 등 근대 문화재에 대한 조사와 고증을 거쳐 근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다. 고유문화 유산의 귀중함을 알고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공예, 건축, 한국미술, 복식, 관혼상례 등 의식, 무예 등을 포함하여 폭넓게 그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더불어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유럽 지역은 전통적으로 왕실이나 황실문화에 매료되는 곳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과거 고급 문화는 왕실이 주도했다. 유럽으로 한국의 문화 산업을 진출시키는 데 있어 황실공예문화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명품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칠용/공예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