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창덕궁 연경당 ‘풍류음악회’… 고즈넉한 분위기·전통가락,외국 관광객 ‘탄성’
지난 19일 오후, 서울 창덕궁 연경당. 창덕궁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후원에 관광객 1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풍에 밀려난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언뜻언뜻 비쳤고 수령 200년은 됐음직한 고목들 사이에서는 햇살이 부서졌다. 시원했다. 차다 싶을 정도의 서늘한 바람이 반소매 위로 드러난 살갗을 희롱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꿈같이 느껴졌다. 이윽고 시작된 풍류공연. 박종선 선생이 아쟁 산조를 연주했다.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을 지낸 민속악의 명인이다. 개나리 나뭇가지로 만든 활이 명주실을 긁으며 만들어 내는 소리는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관객들은 숨조차 멎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즈넉한 후원과 공명(共鳴)하는 현의 떨림. 고수의 추임새가 잦아졌다. 연주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공연장을 삼킬듯한 대단원의 마무리.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이곳에서는 전통예술 상설공연이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우리 궁궐의 아름다움과 전통 음악을 접목시켜 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고궁에서 열리는 상설음악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 본 공연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관람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외국인들의 반응 역시 좋았다. 호주에서 왔다는 케이트(28·여)씨는 "아쟁 연주를 직접 들어보니 한국인이 말하는 '한'이 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며 "궁궐의 아름다움과 수준 높은 공연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공연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프로그램은 다양했다. 국악 초심자를 위한 배려다. 기악 협주곡 '줄풍류', 성악곡인 '정가'에서부터 판소리와 산조, 궁중 무용까지 무대에 올랐다. 국악의 멋과 흥취를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화부 김용삼 전통예술과장은 "상설공연에는 금세기 분야별 최고의 명인·명창, 역량 있는 중진들이 대거 출연한다"며 "연경당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무대화하고 한옥의 울림을 자연스럽게 이용해 한국적 공연 무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경당은 세도정치에 시달리던 아버지 순조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효명세자가 19세기 초 건립했다. 창덕궁 후원에 사대부집을 모방해 120여칸의 민가형식으로 지었다. 어머니 순원왕후의 생일 잔치를 비롯해 각종 연회가 열렸던 곳이다. 이번 공연으로 궁정 콘서트 홀이 200년 만에 재개관한 셈이다.
고궁 풍류 음악회는 10월 말까지 계속된다. 창덕궁 자유관람료(어른 1만5000원, 어린이 7000원)만 내면 공연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구체적인 공연 프로그램은 전화(02-733-7539)나 인터넷(www.cdg.go.kr)으로 확인하면 된다.
▶ 기사 :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
▶ 원문 :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0947413&code=13110000
게시일 2008-06-23 16:2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