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문화 연구원 (2006 ~ 2023)
제목 : 소크라테스는 왜 문자를 반대했나?
이름 : 관리자
등록일 : 2009-01-07 08:21:39

소크라테스는 왜 문자를 반대했나?
 
Futurist, '정보화시대 인류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상)
 
2009년 01월 07일(수)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 역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인간의 지능보다 더 우수한 인공지능이 출현하는가 하면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이 뒤섞이는 특이점(singularity)을 예고하는 미래학자의 주장이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보화 시대인 지금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미래예측 전문지 퓨처리스트(Futurist)는 최근호에서 Homo Informaticus: How Pervasive Information Technology Is Transforming Humanity라는 기사를 통해 정보화 시대에 변화하고 있는 정보인간의 미래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편집자 註] 
 
 
 
▲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새롭게 진화된 신인류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호모 인포르마티쿠스(Homo Informaticus, 정보인간)의 시대다. 인류는 과거와 달리 아주 새롭게 변화된 패러다임에 직면하고 있다. 정보기술이 에너지를 비롯해 인간 삶의 질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팅, 커뮤니케이션, 바이오테크, 나노테크는 크고 작은 것, 그리고 인간의 질과 양의 측면에서 옛날과 달리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글은 인간의 기억 능력을 망친다!” 

또한 정보기술은 인간의 실체와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다. 필연적으로 문자 메시지, 이메일, 구글 검색, 그 밖의 여러 다양한 정보기술로 인해 우리의 생활 및 사고방식은 바뀌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다가오는 기회는 무엇이고 위협은 또한 무엇인가?

역사를 통틀어, 지식을 전파하는 모든 새로운 방식은 사람들을 더욱 게으르고 멍청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천4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지식을 전하는 수단인 글쓰기(writing)를 반대했다. 

 
▲ 소크라테스는 글쓰기를 반대했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에 인간의 기억능력 상실과 나태를 경고한 셈이다.   
왜냐하면 글은 사람들이 자신이 배운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망쳐놓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혹자는 소크라테스가 가난하고 너무 무식해서 글을 배울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고도 주장한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글이나 책 때문에 인간이 갖고 있는 엄청난 기억력이 퇴화하고 심오하고도 복잡한 학습 구조가 망실될 것을 염려했다. 더구나 서적을 대충 훑어보고 잘못된 지식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글은 사람들로 하여금 중요한 내용들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심지어 교육을 받았다며 잘난 척하는 지식인들조차 현실에서 자신들의 무지를 드러내는 악성 문화만 토해낼 것이라고 한다. 

“정보기술이 인간의 사고를 망치고 있을까?”

사실 15세기 인쇄기가 세상에 첫 선을 보였을 때 이와 비슷한 우려의 반응이 나타났다. 중세 학자들은 이 기술이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정신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서적 및 소책자들이 보급되면 학자들의 연구와 작업이 얼마나 형편이 없는지 사람들이 비웃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오늘날 시각으로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이 우리에게 새롭고 유용한 힘을 주는 한편, 우리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글쓰기는 엄청난 기억력의 필요성을 감소시켰다. 그리고 그로 인해 현대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인쇄술은 선동 행위와 방탕함을 퍼뜨리기도 했고 필사작업(글을 손으로 직접 쓰는 일)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물론 그런 손실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책을 참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고 사용 가능한 더욱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학혁명의 기폭제는 글과 인쇄술 

그 결과 우리의 지식은 폭이 넓어진 대신 깊이는 얕아졌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과 인쇄술은 오늘날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 놓는 과학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컴퓨팅, 커뮤니케이션, 바이오테크, 나노테크 등과 같은 기술혁명의 결과로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삶의 방식, 비즈니스, 심지어 이로 인한 우리의 사고방식에 있어서도 비슷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는 지난 여름호에 재미있는 기사를 실었다.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 인터넷이 인간 두뇌에 하는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부제(副題)는 “Is Google Making Us Stupid? 구글은 과연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가?”였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사를 쓴 사람은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라는 학자로 ‘The Big Switch : Rewiring the World, from Edison to Google, 거대한 변화 : 에디슨부터 구글까지 세상을 다시 쓰기'의 저자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전직 수석 편집자다. 

“인터넷은 명상의 시간과 집중력을 뺏어”

카의 주장은 글쓰기가 인간을 멍청하게 만든다고 한 소크라테스의 주장과 매우 흡사하다. 그는 더 이상 한 번에 몇 시간이고 책을 읽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의 집중력은 몇 페이지만 넘기면 흐트러지고 좌불안석이 되며, 다른 할 일을 찾게 된다고 한다.
 
 
▲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또한 진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셀 수도 없는 많은 시간을 이메일 작성, 웹서핑, 검색, 유흥거리, 또는 심심풀이 오락에 소비했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가 언급한 것들은 모두 짧고 파편적인 정신작용이다. 충분히 연습하면 인간의 정신은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획득하고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카도 정보세계와 즉시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연관성 없는 짧은 정보의 홍수로 인해 주위가 산만해지고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생긴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인터넷이 자신의 “집중력과 명상 능력을 조금씩 갉아먹는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는 언어의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했었다면, 이제는 제트 스키를 탄 사람처럼 수면 위를 빠르게 가로지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보화 시대의 인터넷은 인간의 사고를 정말 갉아 먹고 있는 걸까? 인간의 창의적인 능력을 빼앗아 가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은 어떻게 변모하게 될까?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09.01.0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