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 "종묘, 세계유산 취소 우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에 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서울시 재개발 사업에 문화재위원회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자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양효경 기자입니다.
◀VCR▶
이미 철거가 진행 중인 종로 세운상가.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2013년에는 이곳에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이 조성되고, 그 양쪽으로
대규모 고층 빌딩이 들어섭니다.
이 계획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심의를 보류했습니다. 너무 높다는 겁니다.
계획 중인 고층 건물은 종묘에서 170m 거리에 최고 높이 122m, 지금보다 약 3배 높이로 지어집니다.
이대로라면 숲으로 둘러싸인 종묘가 지닌 신성한 분위기가 훼손돼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는 겁니다.
◀SYN▶ 문화재청 관계자
"그 건은 계획서와 도면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와서 문화재위원들이 현지 조사 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 문화재위원은 "계획안대로라면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것이 분명하다며 국가적인
망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쾰른 대성당과 런던 타워 인근에 고층 빌딩을 세우려던 독일과 영국 정부는 세계문화유산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계획을 접었고,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계곡은 유네스코의 경고를 무시하고 새 다리를 만들었다. 결국 세계유산이 취소됐습니다.
◀INT▶ 황평우 소장/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시민 사회단체나 정말 뜻있는 학자들은 반대하고 계시거든요. 그 분들과 같이 일단 저지해보고, 그게 안 될 경우 유네스코 본부에 이 같은 상황을 알리는 수밖에 없는 거죠."
서울시는 권위 있는 해외 전문가의 권고안에 따라 건물 높이를 당초보다 30m가량 낮췄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문화재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가 계속될 경우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 상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재위원회는 오는 9일 종묘를 실사한 뒤 허가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MBC 뉴스 양효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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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종묘 앞에 ‘36층 빌딩’ 논란
ㆍ등록목록 제명 우려에…문화재위 “곧 현장실사”
서울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인근에 36층짜리 고층 빌딩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계 일부에선 “건축물이 너무 높아 자칫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문화재위원회는 “조만간 현장 실사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다.
서울시는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 2만6216㎡에 최고 36층, 높이 122.3m짜리 복합빌딩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이곳은 세운상가 일대 재정비사업 중 처음으로 지난 3월 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마쳤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종묘에서 남산까지 녹지축을 연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이 빌딩이 들어서면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 등의 신주가 모셔져 있는 종묘 정전의 조망권이 침해받게 된다. 빌딩 18~36층이 보이기 때문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종묘 앞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도시경관을 해치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등록 목록에서 제명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해당국가로부터 세계문화유산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현장 확인과 위원회 회의를 거쳐 시정권고와 지정 취소 등을 결정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종묘 인근에 고층 건물이 들어오는 것은 좋지 않지만 도시의 역사·경제적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면 크게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 시행자인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전·현직 관계자들을 2년여 동안 접촉, 종묘 안에 22m짜리 나무를 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SH공사 관계자는 “협의회 관계자들이 ‘종묘는 조선시대 제사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제사가 치러지는 곳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축물에 비해 제례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받아 이 같은 대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와 세계유산분과는 지난달 12일 회의를 열었으나 “현장조사가 필요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임아영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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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맞은 편 36층 빌딩 신축되면 세계문화유산 취소 위기(2009.9.1)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종묘(宗廟·사적 125호) 정문 맞은 편에 높이 122m(36층)의 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오는 9일까지 잠정적인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1일 밝혀졌다.
철거 중인 옛 세운상가 건물 동쪽 지구에 건설이 추진중인 이 빌딩은 기존 세운상가 건물(12층)보다 3배나 높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종묘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와 세계유산분과 회의에는 SH공사 유민근 사장이 신청한 ‘종묘 주변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 사업’이란 제목의 안건에 대해 심의했다.
종묘와 인접한 서울시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에 7동, 지하 7층, 지상 36층, 대지면적 2만6216.6㎡(약 7930평)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건축면적은 1만4997.34㎡(약 4537평), 연면적은 33만6026.12㎡(약 10만1647평)이며 최고 높이는 122.3m에 이르는 대형 복합 건물이다.
예지동 85번지는 철거된 세운상가 주 건물 동쪽 종로4가 대로(大路)와 인접한 곳으로, 현재 보석상가와 시계상가들이 있는 곳이다. 종묘 정문과의 거리는 불과 200m다. 이 건물이 포함된 정비사업 계획안은 지난 3월 시 건축위 심의를 통과했다.
8월 12일의 문화재위원회에 참석한 복수의 문화재위원들은 “사적분과 위원들은 대부분 그 건물 건축에 반대하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 문화재위원은 “그렇게 높은 건물이 그곳에 올라오게 되면 종묘 정전을 내려다보는 형세가 된다”며 “조선왕조 제의(祭儀) 공간으로서의 상징성과 분위기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이걸 허가했다가는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이라는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오는 9일 이곳에 실사를 나선 뒤 가결(허가)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종묘 코앞에 그런 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것은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자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독일 쾰른 대성당의 경우 라인강 건너편에 고층건물을 세우려다가 세계문화유산 취소의 위기에 처해지자 고도 제한 조치가 내려졌고,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계곡은 새 다리를 건설했다가 세계유산에서 취소됐다는 것이다.
세운 4구역의 지주 중 한 사람인 오모씨는 “서울시가 당초 그곳에 계획했던 건물 높이는 155m였다”며 “세운상가 터에 녹지축을 만든다고 발표한 뒤 그 양쪽에 ‘고층빌딩축’을 건축하는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이 깃든 서울시의 경관이 완전히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를 봉안한 곳으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