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계문화유산 보존 활용 <일본의 사례>
이름 : 관리자
등록일 : 2010-12-29 22:49:05
[세계문화유산 보존·활용]①두 마리 토끼잡은 일본 ‘시라카와마을’
“팔지 않고 세놓지 않고 훼손하지 않는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회와 양동마을은 세계 역사마을 가운데 6번째 등재됐다.
경북도는 신라문화에 이어 유교문화까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게 됨에 따라 문화유산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을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본지는 일본의 전통역사마을인 시라카와마을의 보존과 활용실태를 통해 하회와 양동마을의 과제와 전망을 2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300년 된 목조가옥 비법은 ‘3원칙’ 고수 … 전형적 산촌마을에 관광객은 연 180만명
일본 기후현 북서부에 자리잡은 시라카와마을. 해발 2702m에 달하는 하쿠산을 뒤로 하고 남북을 가로지르듯 흐르는 쇼가와를 따라 해발 약 500m에 형성된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이 마을 자랑거리는 논이나 밭, 수로 사이에 있는 ‘합장식 가옥’. 지붕의 구조가
부처에게 기도하는 손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간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새와 목재를 활용한 건물로 독특하고 정감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유네스코는 합장가옥의 건축적 가치와 옛마을 그대로 보존된 농촌경관을 인정해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주민이 앞장서 마을 보존 = 시라카와마을이 자랑하는 합장형 가옥은 에도시대(1600년) 중기부터 메이지시대(1868년)에 걸쳐 지어졌다. 목재와 억새로 만든 집들이 평균 300년 가량을 견딜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민들이 있다.
일본이 고도성장기를 맞던 1960~1970년대, 마을 젊은이들은 전통산업인 양잠업을 포기하고 도시지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합장형 농가도 빈집이 되면서 헐리거나 독특한 건물 양식 때문에 도회지로 팔려갔다. 생활양식이 달라지면서 불편함을 느낀 주민들이 근대적 가옥으로 바뀌기도 했다. 한때 1800동 이상, 1925년만 해도 300동에 달하던 합장형 건물은 1962년 190동으로 격감했다.
위기를 느낀 주민들은 전통가옥 보존에 자발적으로 나서게 된다. 1971년 주민들은 마을 보존회를 만들어 인근 오기마치마을과 함께 ‘시라카와고 오기마치 취락의 자연환경지키기협회’를 발족하고 전통마을 보존을 위한 주민헌장을 제정했다. 주민헌장에는 3가지 원칙을 담았다. ‘팔지 말고 세놓지 말고 훼손하지 말기’다.
1976년에는 전국 7개 지구 가운데 최초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중요전통건축물 보존지역으로 선정받아 행정적 지원을 받는 계기를 마련했고 1995년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1998년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3억엔을 출자해 ‘세계유산 시라카와고 합장조 보존재단’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전통가옥을 관리하고 있다. 재단에서는 주택 신축과 개축때 적용할 보존기준을 마련했고 2001년 마을에서 집을 포함해 농가 수로 등 혼성경관을 보호대상으로 지정했다.
사라카와 마을에 있는 합장가옥은 현재 113동. 이 가운데 전통건축물로 지정된 가옥은 109동이며 대부분 주민들이 실제 살고 있다. 문화재이자 주민 거주지라는 특성상 마을 보존은 기본적으로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억새지붕을 개량할 때 200명 가량이 필요한데 상부상조조직이 연합작업을 한다. 비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65%와 25%를 부담하고 주민 자부담은 10%다. 화재에 취약한 가옥 특성을 고려, 마을 상류에 600톤 용량의 저수조를 준비해두고 있으며 옥외소화전 방수총 옥내소화전 화재감지기 등을 설치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보존사업에는 연간 5000만~7000만엔 가량이 투입된다. 보존재단은 합장지붕의 유지·수성비용이나 합장가옥보다 3배 가량 많은 일반가옥 329동의 지중과 벽 등 경관유지비에 대한 지원을 한다.
◆관광객 절반이상이 재방문객 =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시라카와마을은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연간 70만명이던 관광객이 170만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2008년에는 동해북륙자동차도로가 개통되면서 186만명이 찾았다.
최근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관광객이 급격히 느는 추세다. 레스토랑과 관광지 등을 평가해 별 숫자로 순위를 매기는 프랑스 ‘미슐랭’이 지난해 일본여행안내책자인 ‘미슐랭 그린 가이드 자퐁 2009’를 출판했는데 사라카와마을이 최고 평가인 별 3개를 받았기 때문이다.
시라카와마을은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과 생활·민속문화 체험상품을 선보여 관광객들 발길을 끌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관광객을 접대하는 방법부터 인사법, 음식을 만들고 접대하는 법 등 훈련프로그램을 몸으로 익히고 있기도 하다.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개발하고 전통 화로를 매개로 주민과 관광객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면서 단골이 늘었다. 실제 사라카와마을을 찾는 관광객 중 50%는 마을을 2번 이상 찾는 재방문객이다.
생활·민속문화 재현·체험도 인기다. 단순히 과거 전통문화를 보존해 찾아오는 관광객을 수용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매달 열리는 축제는 물론 방수총을 사용하는 소방훈련, 지붕개축작업도 관광상품으로 활용한다.
주민들은 여행사 등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대규모 단체관광객보다는 수용가능한 범주 내에서 마을 친화형 관광객을 모으는데 주력한다.
카주오 이타나미(65) 마을보존회 회장은 “지금 이상으로 관광객이 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전통마을을 옛 경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최상의 지속가능한 관광정책”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라카와고 =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인터뷰]카주오 이타나미-시라카와고 오기마치 취락 자연환경지키기협회 회장
“편리함 추구하는 젊은 세대 설득이 과제”
“마을이 소멸될 위기에 놓여 보존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극복하고 넘어온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사람이 찾아오고 돈이 보이니 상가가 많이 들어서 전체마을 경관이 파괴되는 문제가 생겨 걱정입니다.”
카주오 이타나미(65·사진) ‘시라카와고 오기마치 취락 자연환경지키기협회’회장은 “상하수도가 도입되는 시기에 함석지붕 등의 현대적인 건축자재를 많이 사용한 증개축이 많아 전통적인 마을 모습이 많이 훼손됐지만 주민들의 보존의지로 전통경관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타나미 회장은 “옛 산간마을의 취락구조를 그대로 보존해야 관광객이 꾸준히 찾게 될 것”이라며 “현재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 수용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을이 훼손될 수 있어 현재 수준의 관광객을 유지할 방법과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타나미회장은 “집집마다 2~3대로 늘어나는 승용차와 보존보다는 생활편의와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젊은 세대와 충돌할 때가 있어 그들을 설득하고 요구를 수용해 보존과 발전의 조화를 이루는 게 우리마을의 최대과제”라고 말했다.
일본 시라카와고 =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