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예 연구소 (2003 ~ 2023)
제목 : [저자와의 만남]-
이름 : 최형국
등록일 : 2003-11-30 18:26:47

[저자와의 만남]

"사상의학, 몸의 철학 마음의 건강"

-이창일 지음- 책세상


-최형국-(bluekb@hanmail.net)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겨울문턱에서 오늘 조선의 한의학자이자 유교철학자인 동무 이제마에 관한 좋은 글을 쓰신 이창일 선생님과의 만남이 있었다.
이창일 선생님은 학부에 심리학을 전공하고, 이후 석사과정 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동무 이제마의 사상체계를 탐구한 석사학위 논문을 섰다. 이후 이제마의 문집초고본인 <동무유고>를 역주하면서 이제마의 의학사상과 철학사상에 깊이 있는 접근을 하고 있다. 현재는 강남대학교에서 종교철학과의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오늘날 동무 이제마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남긴 의서 <동의수세보원>에 실린 "사상의학"에 대한 호기심의 연장이며, 이것은 사람들의 건강에 관한 극도의 관심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이라 하여 사람의 체질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한 후 그에 맞는 건강관리법 및 병의 치료법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단순히 몇 가지 체질구분 방법인 체형이나 심성 등으로만 체질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철학적인 배경을 가지고 이해 및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동무 이재마의 철학적 배경은 유학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맹자>의 유교사상을 핵심으로 두고 있다. 즉, 그가 말한 사상(四象)은 맹자의 사단(四端)이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와 거의 같다. 쉽게 말해서 이재마의 사상의학은 맹자의 유교철학을 의학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상의학에서 핵심은 인간의 마음에 있다. 즉,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것을 치료할 때 비로소 완전한 치료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학에 관한 입장은 현재의 서양의학과 전통 한의학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 의학이라고 하면 서양의학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것의 핵심은 징후학이며 구체의학 이라는 것이다. 즉, 병이 발생하고 나면 이것을 병으로 간주하고 치료를 하고(병이 발생하기 전 부조화는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몸의 전체를 통합적으로 연관하여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발생한 부위에 한정하여 직접적인 치료를 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현재의 주류 한의학의 개념은 이러한 서양의학과는 다른 통합적 치료와 병이 생기기 전의 신체의 부조화까지도 병이라 규정하고 이것에 대한 본질적인 치료를 행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리하여 주류 한의학에서는 병이 발생한 곳 뿐만 아니라 그것과 연관이 있는 다른 장기까지도 치료하여 병의 본질적인 파해를 추구한다. 

이러한 서양의학과 주류 한의학과의 차이와는 다르게 분명 사상의학 또한 한의학의 한 지류임에도 불구하고 주류 한의학과는 또 다른 차이를 보인다. 일단은 기존의 한의학과 유사하게 병의 통합적 치료를 강조하고 있지만, 몸과 병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및 장부를 이해하는 방식이 주류 한의학과는 다르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오장(五臟)의 하나인 심장을 바라보는 개념의 차이일 것이다. 주류 한의학에서는 심장은 '생명력의 근원'이라고 이해하며 나머지 4개의 장과 비슷한 위상을 지니는데,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 심장은 다른 네 가지 장의 중심에 있는 핵심 장부로 이해한다. 즉, 심장이 다른 장기와는 독립되어 사고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철학적 배경인 맹자의 마음에 관한 이해를 심장과 동일시하면서 <심장=마음>이다라는 새로운 접근을 하게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상의학은 곧 마음의 의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된 것이다. 여기에 체질의 태생적 구분을 전제로 하여 태양인, 태음인, 소음인, 소양인의 네 가지로 구분하고 이 체질에 맞는 병의 근원적 이해 및 치료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기존 한의한과는 다른 약재의 사용이 나타나게 된다(몸의 대한 이해와 약재에 대한 이해가 다르므로). 또한 주류 한의학에서 침술이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사상의학에서는 침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사상의학은 앞서 말한대로 마음의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마음속의 도덕이라는 것이 인간의 주위 환경과 더불어 함께 작용하여 건강이라는 인간의 본원적 안정감을 찾는 주요한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연장에는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자연이 인간의 도덕적 완숙함을 통하여 진정으로 조화롭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오늘 동무 이재마의 사상의학에 관한 이야기를 이창일 선생님께 들으면서, 자유로운 사고체계, 즉 자기 인식의 틀을 벗어버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고 먼저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인간관계의 바탕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다가온다. 동양철학은 현재 서양과학으로 불리우는 가위손에 의해 철저하게 난도질당하고 있다. 모든 것을 이분화하고 구체화하면서 우리의 인식 또한 그러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맑스주의 전화를 이야기한 알뛰세르의 비동시성 이론이 아마도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것에 대한 사회인식의 범주를 극복하고자 하는 바램이지 않았을까 하는 자답을 내리면서 오늘 지극한 소양인 나는 오늘도 노기(怒氣)를 다스리며 나의 삶을 펼치려 한다.
 
다시한번 고마운 강의를 해 주신 이창일 선생님께 감사을 표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