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예 연구소 (2003 ~ 2023)
제목 : 2006 세계지식포럼 '디지털 노마드의 저자 자크 아탈리'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6-11-01 11:15:38

창조적 계급의 원동력은 재미와 돈”  ‘디지털 유목민’의 아탈리 회장, 배순훈 KAIST 부총장과 대담
  
▲ 아탈리 회장. 앨빈 토플러 박사는 그를 가르켜 '재기와상상력, 그리고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지성인'이라고 평했다.  ⓒ  

디지털 유목민’이 이끌어 가는 미래 사회를 예측했던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 회장은 지난달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배순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총장과의 대담을 통해 “미래 사회의 창조력은 개인보다 커뮤니티에서 나온다”며 ‘디지털 부족(Digital Tribe)’의 역할을 강조했다.

매일경제가 주최한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포럼에서 아탈리 회장은 ‘휴대전화와 휴대용 TV 등 디지털 장비들이 개인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개인의 창조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커뮤니티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창조물에 사회가 움직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말했다. 

경제학, 정치학 박사이자 유럽개발은행 창시자인 그는 ‘프랑스의 지성’으로 불리며 존경 받는 기업가이자 학자다.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이란 아탈리 회장이 ‘21세기 사전’에 수록한 단어로 인간이 마치 디지털이라는 넓은 초원을 배회하고 또 정복하는 몽골인과 같다는 의미다. 결국 디지털 사회의 인간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 푹 빠진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인간을 대변하는 말로 대중화되고 있다. 

“미래의 창조력은 커뮤니티에서 나와”

“디지털 유목민들이 기존 사회구조와 융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배 부총장의 질문에 아탈리 회장은 “창조의 본질적 특성은 파괴적인 것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다 보면 기득권자의 기득권을 점차 무너뜨리게 된다”며 “창조적 계급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사회적 계급을 붕괴하고 나타난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와 사고를 형성해 가면서 자연스러운 사회계층이 생길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탈리 회장은 최근 우리가 사용하는 ‘지식경제’라는 말은 부적절한 용어라고 말했다. “지식 창출에 바탕을 둔 경제로 ‘지식경제’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경제발전은 어떻게 보면 지식과는 무관하다”며 “박사 학위가 있는 사람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도 아니고, 아인슈타인도 필수 지식을 습득한 후에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식은 말 그대로 기반에 불과하다. 지식을 통한 창조성이 필요한 시대다. 창조적 계급의 역할이 결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창조적 계급의 활동이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때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상인 예술가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아탈리 회장의 지적이다.

“우리 사회의 창조적 계급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배 부총장의 질문에 기업가인 아탈리 회장은 ‘재미와 돈’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그는 “시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창조물로 항상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창조가 가능하다”며 “창조적 계급은 돈을 생각하고 시장에서 팔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돈이 안 되는 것은 재미를 제공하기 때문으로 작가들이 예술작품에 매달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설명하면서 “결국 창조적 계급을 위해 사회는 재미와 돈이라는 두 가지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적 계급이 그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아탈리 회장은 휴대용 장비를 이용한 '디지털 유목민'의노마디즘 세계가 도래할 것을 예언했다.  ⓒ  
“시장은 인간이 만든 가장 훌륭한 창조물”

아탈리 회장은 “한국은 ‘디지털 유목민’에 대한 설명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디지털 유목민들은 이제 각기 개인이 아니라 그룹을 지어 커뮤니티가 돼서 떠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유목민들의 네트워크를 점점 강하게 묶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목민들의 네트워크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하나의 공동체인 사회의 일부다. 그래서 개인의 창조성보다 커뮤니티의 창조성이 강조된다. 결국 개인들은 경쟁에서 뒤쳐지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디지털 속의 공동체인 커뮤니티에서 그 정체성을 찾아갈 것이다. 

몽골의 유목민들이 결국 공동체를 형성해 위대한 제국을 만든 것처럼 디지털 유목민들도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살 길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펼쳐진 몽골초원의 유목민과 디지털의 유목민을 비교해 보면 다를 게 거의 없다. ‘프랑스의 지성’인 아탈리 회장이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단어를 만든 계기가 바로 그렇다. 그리고 강연에서 주장하는 바도 그렇다. 

불과 27세에 교수로 임용됐고, 32세에 사회당 제 1서기였던 미테랑의 경제고문으로 발탁돼 11년간 대통령이 된 그를 보좌했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은 물론 문화 음악 연극 영화 등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다재다능한 천재인 아탈리 회장은 현대사회에 대한 조망과 미래를 예시하는 저서들로 유명해 미래학자로도 불린다. 


/김형근 편집위원  



 
2006.10.31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