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예 연구소 (2003 ~ 2023)
제목 : 한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 포/충
이름 : 최형국
등록일 : 2003-10-29 00:44:25

동의보감
                                                                정리 : 최형국

포(胞) - 생명을 잉태하는 곳
한의학에서 포는 일반적으로 여자의 자궁을 뜻하지만, 더 넓게는 단전과 명문으로 이해하기도한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여자에게서 포는 아이를 간직하여 기르는 곳이 되며, 남자에게서는 정액을 내는 곳이 된다.

포-여자에게는 자궁, 남자에게는 단전
동의보감에서는 '포는 생명을 잉태하는 낳는 근원처이다. 오행의 작용도 아니며, 수(水)나 화(火)의 작용도 아니다. 이는 하늘과 땅의 다른 이름이다. 땅인 곤토를 본받아 만물을 기른다.'라고 말한다. 즉 포가 방광 안에서 오줌을 담는 포가 아니라, 자연 세계의 생명을 낳는 곳 전부를 말하며, 사람에게서도 아이를 잉태하여 기르는 장소임을 말한다. 
또한 좁은 의미의 포는 여자의 자궁을 가리키며, 넓은 의미의 포는 단전 또는 명문과 연결된 포 전체를 가리킨다.

월경과 임신의 관계
뱃속에서 시작하여 포의 가운데로 모이는 충맥과 임맥이 작용하여 월경과 임신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여기서 충맥이란 피가 모이는 곳이며, 임맥은 임신을 주관하는 맥이다. 남자는 충맥이 계속 돌아 피가 쌓이는 것이 없지만, 여자는 포에서 멈추게 되며 이것이 쌓여 있다가 때맞추어 넘쳐나는 것이 바로 월수(月水), 곧 월경이다.

월경의 이상과 치료법
- 14세 때 초경하는 것이며, 49세 때 그치는 것이 정상이다. (7 이론)
- 석 달에 한 번 월경하는 것도 괜찮지만, 1년에 한 번씩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 월경의 형태와 빛깔
  월경의 이상은 혈과 기를 고려하여 판단한다. 월경할 때 나오는 피는 음혈로 기와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기가 더우면 혈도 덥고, 기가 차면 혈도 차며, 기가 올라가면 혈도 올라간다. 원래 심장이 혈을 주관하기 때문에 월경이 붉은빛을 띠는 것이 정상이다. 월경이 좀 불규칙하여도 색깔만 정상이면 월경을 규칙적으로 만들기는 쉽다.
- 월경이 고르지 못한 것
  월경의 부조를 네 가지로 나누어 보면,
첫째 월경의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늦어지는 것과 월경의 양이 일정치 않은 것이다. 
둘째 월경의 양이 일정치 않은 것을 말한다. 
셋째 달이 지나도록 월경이 없는 것을 말한다. 월경이 중단된 것은 심장과 연결된 포의 맥이 막혀 피가 잘 돌지 못하기 때문이다.
넷째 월경할 때가 아닌데도 피가 조금씩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 피가 엉겨서 딱지가 된 것은 충맥과 임맥에서 피가 잘 돌지 않기 때문이며 피가 마른 것은 젊었을 때 피를 많이 흘렸거나 술에 취한 다음에 성생활을 해서 기운이 쇠약해지고 간이 상해서 생기는 증상이다.
- 혈붕과 혈루
이를 합쳐 붕루라고 하는데 이는 월경으로 나와야 할 피가 넘쳐서 엉기는 증상을 말한다.
- 자궁에 열이 들어간 증상
보인이 상한으로 열이 나면 월경을 시작하다가 곧 멎고, 낮에는 정신이 똑똑하나 밤에는 헛소리를 하며 헛것이 보이기도 한다.
- 대하(帶下)는 자궁에서 하얀 이슬이나 뿌연 오줌 같은 것이 나오며 고약한 냄새가 나는 증상이다. 

結
한의학에서 남성에게도 '포'가 있다고 본 점이 아주 흥미롭다. 이는 여성에게 '정'이 있다는 가정과 비슷한데, 같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구조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정'을 아끼라고 하면서 좀 더 고급스러운 양생법을 강조하고, 여성에게는 포의 '혈'을 말하면서 단순한 생식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은 당시 사회의 성차별적인 가치관을 그대로 함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충(蟲)
충은 오늘날 말하는 기생충뿐 아니라 삼시충과 같은 추상적인 충도 다룬다.

삼시충
세가지 시충을 말하는데, 시충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몸의 세 곳에 머물면서 인간이 하늘로부터 받은 생명을 갉아먹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서 파악한 삼시충은 인간의 수양과 관련을 맺는다. 만일 도를 닦아 뇌의 원신을 맑게 하면, 뇌에 거주하는 상충을 없앨수 있다. 

여러 종류의 충
동의보감에서는 당나라 때 왕도가 지은 외대비요에서 말한 9충을 옮겨 실었다. 복충, 회충, 백충, 육충, 폐충, 위충, 약충, 적충, 요충 등이다. 

충은 왜 생기는가
오늘날에는 충이 날 것을 잘못 먹어서 생긴다고 이해한다. 동의보감에서 이해하는 충의 원인도 대체로 이와 같다. 즉, 음식 섭생을 잘못했기 때문에 충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충병의 증상
회궐로 충을 토하는 증상은 가슴의 통증이 멎었다가는 다시 답답해지고 잠시 후에는 멎곤 하면서 음식을 먹으면 구역질이 나며 답답해하고 회충을 토하는 증상을 말한다. 

촌백충
촌백충은 희고 납작하게 생겼으며 창자 속에 있다. 때로 저절로 나오기도 한다. 사람의 기력을 약하게 만들고 정기를 소모시킨다.

응성충
응성충은 말할 때마다 목구멍에 무엇이 있어서 소리를 내어 응답하는 것 같은 증상을 말한다.

결핵을 일으키는 노채충
결핵을 말하는 노채도 충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질병 중의 하나로 보았다. 

노채란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에서는 노채가 폐에 있는 충에 의해서 생긴다고 본다. 노채는 노곤해서 지친다는 말로 소모성 질환을 뜻하는데, 오늘날의 결핵에 해당한다. 
노채의 또 다른 이름은 전시병이다. 이는 노채의 전염성을 반영한 이름으로, 노채에 의해 사람이 죽으면 죽은 사람의 가족 중 또 다른 사람이 이 질병에 전염되어 죽는다.

노채는 왜 생기는가
노채는 물론 노채충 때문에 생긴다. 노채충의 모습은 일정하지 않다. 

노채증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동의보감에서는 노채증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안식향을 태워 환자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둘째는 유향을 불에 태워 환자 손을 비단으로 덮은 상태에서 쬐어 반응을 보는 것이다.

노채의 병증과 치료
노채에서는 여섯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그것은 열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없어지는 조열, 식은땀, 각혈, 가래로 생긴 기침, 정액의 유설, 설사 등이다. 
노채충이 나오면 병의 심각도를 충의 빛깔로 알아낸다. 노채충이 처음에는 사람의 장부와 지방을 먹기 때문에 흰색을 띠고, 다음에는 피와 살을 먹어 황적색을 띄고 마지막으로 검정색이 된다.

여러 가지 충을 없애는 데 주의해야 할 일
한의학에서는 충을 매우 영악한 존재로 가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의보감에서는 충약을 만들 때에는 충을 없앤다는 말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하고 한다. 

結
한의학은 우리 몸의 균형과 조화가 깨어진 상태를 질병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의학도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이론적 입장들이 전개되며 대립하기도 하였지만 음과 양, 그리고 오행의 균형과 조화는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요건이었다.
충의 경우에 미생물을 질병의 원인으로 보는 서양의학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점에서 흥미롭다. 다만 동의보감에서는 충을 내경편에 분류하여 충이 단순히 외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우리 몸과 하나를 이루는 존재로 본다는 사실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