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예 연구소 (2003 ~ 2023)
제목 : 동북동정에 비친 한국외교의 단상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4-10-09 08:51:38

		  "동북공정"에 비친 한국 외교의 단상 

                                   							                	      심승구


    중국이 한반도로 밀려오고 있다. 19세기말 한국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지 
  100여년만의 일이다. 그런데 심상치 않다. 중국이 다가오는 방식이 대단히 폭력적이
  고 자기중심적이다. 중화주의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알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이를 잠
  시 잊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현재 중국이 자행하고 있는 주변민족에 대한 태도와 역사왜곡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은 현 영토 내에 있는 모든 종족의 역사는 자국의 역사다 라는 논리로 주변 
  민족과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동북공정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동안 중국 스스로가 한국사로 인정한 고구
  려를 중국의 역사로 한 입에 꿀꺽 먹어치우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에 따른 조선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염두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린 행동인 것이다. 이처럼 동북공정은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민족을 대하는 외교방식의 하나이자 주변국을 복속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
  인 것이다.    

   실제 중국은 티벳을 자국의 영토로 편입한 후 그들의 독립을 철저히 가로막고 
  그들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압박과 탄압을 가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 정부가 티벳에 대한 완전한 복속을 위해 현재 서북 지역 개발과 
  중국인 이주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행위들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도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침묵이 오래 
  갈 일이 아니었다. 그 침묵의 부메랑이 이제 우리를 향해 되돌아 날아온 것이다. 
  중국의 주변민족 복속은 침략만이 아니라 역사 왜곡과 날조를 통해서도 합리화
  되고 정당화되고 있다. 다시 거대한 중화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변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중심을 잡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친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말 중국은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이었나? 그것은 혹 우리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던가? 

    솔직히, 중국은 그들 스스로 대등한 관계에서 한국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종속적 관계 속에 또는 지배적 의식으로 한국과 친근한 관계로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철저히 중화주의에 입각한 논리와 방식으로 한국과의 우호를 강조해 
  온 것이다.   
 
 
   그런 속성을 망각한 채 우리는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지난 100년간 일본의 식민통치나 미국의 신식민지 통치논리에 영향 하에 있던
  우리는 현실과 가까에서 경험한 미국과 일본에 대한 불이익이 휠씬 크고, 오래전에
  감수해 온 중국으로부터의 불이익은 아예 잊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자신의 역사왜곡을 반성하지 않고 있는 뻔뻔한 일본, 독도
  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그런 비양심으로 동아시아 아니 세계의 지도국이 
  되겠다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적개심과 경계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해방후 한국을 일본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거점으로
  서, 남한을 지원하면서 제국주의 간섭과 신식민지적 강요가 오늘날 한국 국민에게 
  분명히 인식되어 가고 있다. 베트남의 기억도 제대로 교훈삼을 틈도 없이 이락크 
  파병이 우리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 질서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 때문에 한국정부는 국가적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파병을
  찬동하고 나섰다. 이 모든 점들이 여전히 미국과 일본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우리의 진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 시점에서 분명한 사실은 힘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
  적 양심과 사회적 정의를 토대로 정치, 사회, 경제, 국방, 문화 등의 제반 분야에서 
  자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북한과의 통일은 민
  족적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 설령 가능하지 않더라도 그 방향은 대륙국가인 중국과 해양국가인 일본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이 싫고 미국이 밉지만, 그렇다고 막연하게 중국이 우리의 우방이라는 사고는 
  대단히 위험하다. 사실 일본은 그토록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
  면서도 그나마 양심적인 학자과 시민들이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에게 제국주의적인 
  강압를 여전히 강요하고 있다.그럼에도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를 간섭했던 다른
  나라보다 그나마 멀리 떨어져 있고 양심이 살아있다.미국 정부가 양심적인 것이 아
  니라 그들 국민 가운데 양심에 기초한 보편의식과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말이다. 

    그에 비한다면 중국은 경제의 성장과 함께 국민들을 민족주의에 근거한 중화주의
  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분명한 것은 옛날 방식의 종속적이거나 지배적이 관계속에
  서의 외교관계는 분명히 끝이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미국식 제국주의를 꿈
  꾸고 있다고 보여진다. 더구나 동북공정과 같이 중국의 통합적 요구를 위해 역사의
  왜곡까지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인식해야 할 것은 미국, 일본, 중국 그 누구도 우방은 없다는
  사실이다. 서로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공존해야 한다. 다만, 우리가 반도라는 지정학
  적 위치에서 지혜를 발휘해야 할 사실은 어느 쪽에 일방적인 기움은 대단히 위험하
  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커가는 중국보다 차라리 일본이나 미국과의 일정한 관계가 우리에게 
  더 유리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과 미국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위
  해서 말이다.사실 근현대 100년 동안 한국이 그나마 중국의 영향력아래서 벗어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일본식 내지 미국식의 패러다임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사실
  한류라는 새로운 조류도 한국식에 서양식을 결합하여 주체적으로 소화해 낸 결정물
  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고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우리는 한편으로는 중국을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과 미국을 적절하게 이용하
  는 지혜가 요구된다. 시이소게임을 잘 하려면 먼저 누구에게도 큰 영향 하에 들지 
  않도록 먼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그것이 한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역사왜곡, 그에 대한 우려와 반발을 넘어 새로운 대안
  의 기초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북공정은 우리의 역사인식과 
  주변국과의 외교관계를 올바르게 재인식하는 또 하나의 균형추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