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예 연구소 (2003 ~ 2023)
제목 : 조선시대 포구악의 발달과 놀이적 특성
이름 : 심승구
등록일 : 2004-02-01 08:57:56

2002. 7. 한국체육사학회지. 9호

포구악은 한국의 궁중무용 70여가지 가운데 最古의 춤이자, 가장 대표적인 춤의 하나였다. 고려초에 중국에서 도입되어 오늘날까지 포구악이 1천년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 음악 노래 춤의 뛰어난 종합적 예술성에다가 다른 궁중무용에는 없는 공놀이 경기, 즉 스포츠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구악을 비롯한 궁중무용은 국가적인 儀禮의 일환으로 베풀었기 때문에 주로 국왕의 長壽와 功德, 또는 太平聖代를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또한 궁중무용은 최고 수준의 음악이나 노래, 그리고 무용이 결합된 당대 최고의 종합예술로서 전반적으로 莊重하고 華麗하면서도 格調높은 節制美와 優雅美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궁중무용은 행사의 규모에 따라 적게는 3~4개에서 많게는 25개의 레파토리로 짜여졌다. 그 가운데 포구악은 거의 공연의 中․後半部에 배치되었다. 전체 공연에서 관람자가 다소 지루함을 느끼는 시점에, 공놀이를 통해 娛樂美와 諧謔美를 부여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실제로 포구악의 공놀이 경기와 함께 벌어지는 포상과 벌칙 장면은 일시에 宴會場을 흥겨운 잔치 분위기로 전환하는 극적 효과를 가져왔다. 많은 궁중무용 가운데 포구악이 유독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놀이적인 특성 때문이었다. 포구악의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조선후기에는 포구악과 비슷한 형태의 또 다른 공놀이 무용인 寶相舞가 새로이 개발되었다. 毬門 대신에 寶相盤에 공을 넣는 보상무는 역시 중국 고대의 盤舞와 杯盤舞를 응용해 만든 한국의 독창적인 공놀이 무용이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포구악은 기본적으로 樂․歌․舞의 종합예술 위에 戱, 곧 공놀이 경기 형식을 포함한 예술스포츠였다. 오늘날 스포츠가 예술성을 모색하고, 예술은 스포츠의 장점을 필요로 하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미 천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무용과 스포츠의 美學的 결합이 꾸준히 이루어져 발전해 온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포구악은 한국에서 가장 최초의 ‘Sports Musical’ 이자 가장 오래된 ‘Musical Sports’ 였다. 또한 한국의 포구악에 나타난 체육사적 특성은 한국식 농구의 원형으로 이해되는 동시에, 오늘날 서양 농구의 원형을 유추하는데 또 하나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